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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1일 주주총회에서 재연임이 확정된 뒤 오래전에 정해져 있던 세종 기자간담회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한전이 이제까지의 유틸리티 회사에서 소프트웨어(SW)·플랫폼 중심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2012년 사장에 부임한 뒤 입버릇처럼 말해 온 “전기만 팔아선 먹고 살 수 없다”는 말과 맥이 닿아 있다. 잘 갖춰진 발전 자회사로부터 전기를 공급 받아서 잘 깔려진 송전 선로를 통해 안정적으로 전기만 공급하면 된다는 인식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변하지 않으면 곧 죽음'이라는 어느 민간 대기업 총수의 몇 년 전 선언이 오버랩된다.

국영 전기 회사 사장이 짊어진 당연한 책임감일 수도 있다. 머뭇거리다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다 잠길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택한 궁여지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 선언조차 못해 보고 사라지는 것보다는 백배, 만배 나은 선택이다.


한전이 택한 SW·플랫폼 중심 전략은 우선 비대해진 사업 영역을 세로로든 가로로든 잘게 자를 필요가 있다. 이를 분리 또는 해체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한전 전체는 그대로 두더라도 비즈니스 영역에 따라, 서비스 부문에 따라 경쟁력 있게 작은 사업 그룹을 독립화·개별 경쟁화시키는 것이다. 또 SW·플랫폼·빅데이터 분야 각각에서 강한 인재들을 모아 다양한 시도와 개발 경험을 축적시키는 것이 좋다. 이들을 사내 벤처화하거나 이후 독립법인화(Spin off)까지 고려한 내부 사업 역량을 길러 보는 것도 중요하다.


공기업이어서 결정 과정 상 무겁고 어려운 구조도 있겠지만 기술 개발이나 협업 등에선 외부 중소·중견기업과의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쌓아야 한다. 무엇보다 SW 생태계와 플랫폼 사업자로서 대외 경쟁력을 기를려면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에 능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폐쇄적 기술 확보 전략이나 사업 협력 방식으로는 선언성 변화에 그칠 뿐이다. 앞으로 변모하는 한전의 모습에 기대가 크다.이진호 산업경제부 데스크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