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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옥외 광고는 장소에 기반을 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매체다. 광고 매체가 아닌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고, 이들의 정보를 빅데이터화한다. 상업 정보, 이용 편익, 공공 정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미래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 던진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의 대상이 바로 디지털 옥외 광고다. 디지털 옥외 광고는 정보와 사람을 연결하는 매체다. 디지털과 현실 공간이 만나는 지점으로, 초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공표했다. 1962년 '옥외광고물 단속법'으로 시작된 단속 위주의 옥외광고물 관리 제도가 55년 만에 '진흥법'으로 바뀌었다.

법 시행 후 옥외광고물 자유표시 구역이 서울 강남구 무역협회 일대에 도입되고, 디지털 옥외 광고가 허용됐다. 그동안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내 옥외 광고 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1년이 지난 지금 제도 변화의 기대가 충족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행정자치부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공격적으로 추진했지만 아직 국토교통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관련 규제를 풀어 가는 과정이다. 다양한 형태로 디지털 옥외 광고를 현실화하는 작업은 더디다.

단순히 특정 제도 문제는 아니다. 기존의 아날로그 규제 틀에 새로운 디지털 현상을 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제도와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단호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고, 정책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디스플레이 기술과 이에 기반을 둔 다양한 비즈니스 역량을 보유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에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은 다양한 디지털 옥외 광고를 운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장소별로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와 수익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경험이 부족하다. 이를 활용한 연관 산업의 발전 기회조차 누리지 못했다. 혁신의 토양이 부족해 하드웨어(HW) 중심 구조가 고착, 강화됐다. 우리나라가 중국 등 신흥국 추격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디지털 옥외 광고는 도시 공간에 설치·운영되기 때문에 안전, 편의, 경관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존의 행정 시스템으로는 다양한 가치가 복잡하게 충돌하는 현장에서 한계가 있다. 중앙 부처 및 지자체, 산업, 학계가 참여하는 제도 혁신 프로젝트와 실행 포럼이 필요하다. 디지털 옥외 광고가 확산되도록 제도와 행정을 지원하는 범 부처 차원의 협력이 절실하다.

지난해 말 무역협회 일대에 선정된 옥외광고물 자유표시 구역의 성공적 정착이 중요하다. 옥외광고물 자유표시 구역이 주는 의미는 단순히 옥외 광고 산업 활성화와 관광 명소 구축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매체, 신기술, 신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도입되는 테스트베드로써 국가 차원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디지털 옥외 광고는 융합을 통한 경쟁으로 새로운 산업혁명을 성취할지 여부를 알려주는 '전령(傳令)'이다. 행정과 산업, 학계가 협력해 실제 성과를 내는데 주력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전령인 디지털 옥외 광고라는 파랑새가 우리 앞마당에 있는데 엉뚱한 곳으로 찾아나서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 수준의 HW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이 등장하는 디지털 옥외 광고 기반 마련에 4차 산업혁명의 성패가 달렸다.

신일기 인천가톨릭대 교수 shinilgi@ic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