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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1월 1일 동력자원부 현판식 모습이다. 동력자원부는 에너지 정책을 전담, 추진하기 위해 신설됐지만 1993년 상공부에 흡수된다. 이때부터 에너지 부처 독립 논의는 시작된다. 현재 에너지부나 에너지환경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은 에너지만을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집행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신설을 반대하는 측은 융합시대에 독자 부처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출처 국가기록원>

정권 교체기마다 단골로 등장했던 에너지자원부(가칭) 신설론이 조기 대선 정국과 함께 다시 세를 키우고 있다. 신기후 체제 발효로 전지구적 과제가 된 온실가스 감축이나 사용 후 핵연료·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도 하락, 탈(脫) 석탄화력발전 기조까지 호락호락한 이슈가 없다. 이 때문에 에너지자원부 설립 필요성이 대두된다. 에너지·자원 업계에선 부처 신설이나 독립 여부에 앞서 우리나라 국익과 에너지 가격,자원 수급 안정,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 환경, 새 조직 필요” 주장

에너지자원부 관련 논의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펼쳐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합쳐져 있는 과거 동력자원부 역할과 소관법을 떼내 에너지부로 독립시키는 안과 국회나 환경단체 쪽에서 내놓은 에너지환경부 구성안이다.

에너지 부처 독립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거슬러 올라가면 1993년 상공부가 동력자원부를 흡수해 상공자원부로 된 순간부터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00년대 초 에너지산업에 민간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했을 때도, 2011년 9·15 순환정전 사태 때도 에너지 정책을 독립적으로 수립·집행할 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상황도 이전과 유사하다. 에너지자원부나 에너지환경부 신설에 대한 최종 그림은 다르지만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안의 역할에서 벗어나 에너지만을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집행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시각은 동일하다.

현재 산업부 내 에너지부문(2차관) 업무가 산업부문(1차관)에 비해 우선 순위나 정책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관측에서 기인한다. 에너지부 신설 필요성을 언급하는 대다수가 현재 국가 에너지 정책 근간이 주력 산업 유지 또는 성장 지원에 1차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을 인정한다.

반도체·석유화학·디스플레이·자동차 등 전력 다소비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 유지 및 경쟁력 뒷받침에 에너지 정책이 집중되다 보니 원전·석탄화력 등 저원가 발전 중심 전원 시스템 구축에 매몰됐다는 인식인 것이다.

상황은 분명히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보다 싼 에너지를 쉽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에너지 정책의 주 임무였다면 이제는 보다 깨끗하고, 안전하고 사회적 수용성까지 갖춘 에너지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이 필요로 하는 만큼 에너지 설비를 갖춰갔다면 지금은 확보가 가능한 에너지에 맞춰 산업이 성장하는 쪽으로 우선 순위가 바뀌고 있다. 선진국 산업은 그 트렌드를 명확히 보여준다.

에너지부가 됐든 에너지환경부가 됐든 이를 주장하는 쪽은 일단 에너지정책을 지금의 산업부에서 분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기후변화 대책으로 관심 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신산업 추진 중요성을 강조하며 산업부의 에너지, 환경부의 기후변화, 국토부 부지관리를 합친 거대 조직 필요성까지 언급한다. 에너지신산업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규제를 빠르게 풀기 위해선 이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바탕에 깔렸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력시장 개방·연료비 연동제 등 그동안 에너지 분야에서 추진됐던 많은 시도가 산업계 영향을 이유로 취소되거나 후퇴했다”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에너지원별 가격 왜곡 문제나 온실가스 대책 등이 제대로 되려면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융합의 시대, 에너지도 예외 아냐”

에너지부 독립 또는 신설에 반대하는 쪽이 내세우는 가장 큰 논리는 융합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에너지부가 신설된다 하더라도 독립적 정책 수립은 가능하겠지만 해당 정책을 실제로 추진하는데 있어서는 다른 부처 간여를 받거나 더 많은 저항을 받게 될 것이란 현실적 우려가 담겨있다. 조직이 작아진 만큼 부처 간 신경전에서 밀릴 것이라는 부차적 설명도 따른다.

에너지 산업이 분야 특성상 대형 프로젝트가 많은 만큼 주무부처도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더해진다. 자원개발이나 비축, 원전 등 거대 플랜트 산업, 전력망 구축 등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다수 업종이 참여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 태생적으로 산업과 분리된 정책이 어렵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강하다. 전력 공기업을 내세워 에너지신산업 분야 펀드를 조성하고 이와 관련한 전력+정보통신기술(ICT) 융합형 벤처와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등 에너지 정책을 산업 육성과 연계하는 것도 현 산업부 체제에서라야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갈등 문제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동반성장 역시 에너지와 산업부문이 함께 있기 때문에 우수사례까지 만들어낼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4차 산업혁명 등 최근 산업 전반 융합 기조를 감안하면 산업부 내 에너지부문을 존치시킬 필요성이 더 커진다. ICT가 모든 산업 성장에 필수요소가 된 것처럼 에너지 효율 역시 전 산업에는 없어서는 안 될 인프라 개념이다. 모든 산업에서 에너지 이슈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으며 전기차처럼 기존 산업과 에너지 산업과 융합된 새 산업 탄생을 도모해야 할 시기란 것이 이들 주장이다.

온실가스 감축에도 ICT와 융합이 중요하다. 발전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사실상 발전소 정지 등 가동률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산업현장과 건물, 자동차 등 수요부문에서 감축 노력이 더 절실하다. 에너지관리시스템(EMS)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최적의 에너지 소비 운용을 가능하게 할 기술연구와 상용화도 지금의 통합 부처 내에서 R&D 예산과 추진력이 발휘될 수 있다.

별도 전담부처보다는 현 체제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전력수급기본계획, 배출권거래제 등 육성과 규제가 상충되는 논의에서 산업부와 환경부가 항상 각을 세워왔던 만큼 별도 전담부처를 꾸렸다 해도 바로 원활한 통합 정책을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새로운 에너지 부처를 신설하는 것보단 현 체계에서 부처 간 협의를 강화하고, 국무조정실 중심 정책조율로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사람과 기조는 그대로인데 부처 형태만 바뀌었다고 해서 당장 무언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