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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양자 그리고 1592년

발행일2017.03.19 18:00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한국 양자정보통신 업계가 처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는 2015년 우리나라 세계 1위 품목이 68개라고 했다. 세계 14위다. 우리 앞이 인도, 벨기에, 캐나다와 심지어 홍콩이다. 바로 뒤는 말레이시아다. “수출로 먹고 산다”는 말이 민망할 정도다. 그나마 5년 간 제자리다. 남들은 쑥쑥 크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뒷걸음질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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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정보통신은 새로운 1위감이다. 독일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흑체복사 스펙트럼'에서 양자물리학을 창시한지 100여년이 흘렀지만 한국은 이 분야에 크게 공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응용 분야인 양자정보통신은 다르다.

양자정보통신은 그 밑에 암호통신과 소자·계측, 컴퓨터를 거느렸다. 세 가지 모두 양자(Quantum)의 특수 성질로 놀라운 결과물을 만든다. 통신은 엿들을 수 없고, 계측은 어긋남이 없으며, 컴퓨터는 무한해진다.

소자·계측과 컴퓨터 기술은 부족하다. 한국이 당장 덤빌 만한 것은 양자암호통신이다. 최고 기술을 가졌다. 글로벌 통신장비 톱3 노키아가 SK텔레콤과 손잡은 것만 봐도 짐작이 간다.

SK텔레콤은 양자 불모지 한국에 6년 전 '퀀텀테크랩'을 세웠다. 쏟아부은 연구비만 수백억원이다. 번 돈은 한 푼도 없다. 돈 되는 연구만 하는 한국에서 희귀 사례다. 대기업의 자존심을 버렸다. 지구 반대편의 이름 없는 기업과 협력하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얻은 1등 기술이다.

문제는 시장이고, 설치 사례다. 혁신은 낯설고 새롭다. 검증을 원한다. 누가 하겠는가. 정부 말고는 없다. 정부도 국회도 다 안다. 정부는 수천억원짜리 과제를 준비했고, 국회는 특별법을 마련했다. 1등 한 번 해보자고 뭉쳤다. 하지만 최종 관문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책 과제와 특별법 논의가 산으로 간다. 반대 논리 중 하나는 '기획이 엉성하다'는 것이다. 성공 사례가 없는데 어떻게 기획이 완전하겠는가. 남 따라 하던 시절에 익숙한 생각 아닌가. 하얀 눈밭이 펼쳐질 뿐 우리 앞에 따라 걸을 발자국 하나 없다. 개척 정신을 가져야 한다.

다른 반대 논리는 '특정 기업 특혜'라는 것이다. 한 기업의 기술을 위해 특별법을 만든다면 특혜가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특혜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경쟁사일 뿐 국민 전체는 이익을 본다면 과연 이를 나쁘게만 볼 것인가? 양자암호통신은 산업뿐만 아니라 안보에서도 중요하다. 남북 대치에서 보안은 생명이다. 더욱이 중소 통신장비 기업 10여곳이 참여한다.

양자정보통신은 세계 공통 관심사다. 정부와 기업 모두 적극 투자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한국이 시장을 선점하도록 놔둘 리 없다. 지금이야말로 1위를 위한 황금 시간인지 모른다.

1592년에 일본은 조선을 침략했다. 5000년 역사의 최대 치욕은 남 몰래 오지 않았다. 조선은 통신사까지 보내 적을 살폈다. 조상들의 눈을 흐린 건 '정쟁(政爭)'이었다.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적을 보고도 눈을 감았다. 편 가르기가 사실을 가렸다. 나의 이익 앞에 전체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개 기술에 거창한 갖다 붙임인지 모른다. 크든 작든 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자는 뜻만 전달되면 족하다. 수년 째 양자정보통신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울린다. 하지만 우리는 듣고 있는지 궁금하다. 400여년 전에도 경고음은 울렸지만 듣지 않았다. 무엇이 전체를 위해 바람직한지 현명한 판단을 내릴 때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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