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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도시바 몰락이 주는 교훈

발행일2017.03.16 14:10

도시바가 추락하고 있다. 해체 일보 직전이다. 상장 폐지 이야기까지 나온다. 일본 언론은 거래소 간부의 말을 인용해 “이대로 가면 도시바의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고 전한다.

도시바는 1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일본 전자 분야의 자존심'이다. 냉장고와 세탁기(1930년), 자동전기밥솥(1955년), 컬러TV(1960년) 등 숱한 일본 최초의 제품을 내놓았다. 소니 창업자가 도시바 입사 시험에 응시했다가 떨어졌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1985년 세계 처음으로 노트북을 선보인 것도 도시바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1987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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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의 혁신성은 창업자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재 발명가로 알려진 다나카 히사시게가 세운 다나카제조사(1875년)와 일본 전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후지오카 이치스케가 설립한 하쿠네쓰샤(1890년)가 합병해 탄생한 것이 도시바다. 도시바라는 이름은 1978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백색가전 명가 도시바는 2000년대 초반 외부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디지털 후발 주자로 밀려났다. 2015년 7월 공개된 분식회계 사건은 치명적이었다. 그 당시 도시바는 공사 아홉 건을 진행하며 이익 1562억엔(1조6000억원)을 부풀렸다.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이 일로 도시바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세 명이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 3월에는 의료기기와 백색가전 사업 일부도 매각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원전 사업에서 결정타를 맞았다. 2006년 56억달러에 매입한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빛 보증만 8조원에 이른다.

도시바는 결국 알짜배기 사업인 낸드플래시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오는 29일 1차 입찰이 마감되는 가운데 여러 글로벌 업체들이 응할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사업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도시바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추락의 골이 그만큼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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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대명사이던 도시바는 왜 이렇게 됐을까. 뿌리 깊은 파벌주의가 1순위로 꼽힌다. 도시바는 1990년대부터 인프라 사업과 반도체 사업을 두 축으로 성장했다. 두 사업은 성격이 다르다. 인프라 사업은 호흡이 길다. 길게는 40년까지 간다. 반도체는 다르다. 당장 내년에 어떻게 시장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 이러다보니 두 사업 간 칸막이와 파벌이 형성됐다. 실제로 역대 도시바 사장은 각 파벌에서 한 명씩 번갈아 가며 배출됐다. 이러니 기업 에너지를 하나로 모을 수 없었다. 합리적 결정과 사고가 실종됐다.

파벌 문화는 상명하복의 엄격한 군대 문화와 무조건 복종으로 이어졌다. 매달 '도전'이라는 명분으로 거창한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현 불가능한 목표였기에 편법만 낳았다. 누군가 이의를 제기해야 했지만 위에서 말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조직 문화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정경유착도 문제였다.

도시바가 원전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뛰어든 것은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것도 이유였다. 그 당시 도시바 경영진은 아베 신조 총리가 만든 자문기관의 좌장을 맡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제너럴모터스(GE) 등 경쟁사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웨스팅하우스 인수를 거부했다. 그러나 도시바는 그러지 못했다.

도시바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거창하지 않다. 좋은 기업 문화와 정도 경영이다. 사장에게는 직원도 고객이다. 고객 만족 못지않게 직원 만족 또한 중요하다. 직원이 만족해야 고객이 만족하기 때문이다. 파벌 문화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일류 기업에는 남다른 것이 있다. 해서는 안 될 것을 하지 않는 것이 그 가운데 하나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 한 번의 큰 성공보다 평범하지만 일관성 있는 작은 행동이 위대한 기업을 만든다.

방은주 국제부데스크 ejb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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