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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치매 치료제 개발 실패에서 얻는 교훈

입력2017.03.16 18:00 수정2017.03.1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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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제약사 머크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베루베세스타트'의 개발이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금까지 성공 가능성이 가장 있은 것으로 평가된 연구여서 실망이 컸다.

치매 치료제 개발은 쉽지 않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데이터에 따르면 1997~2011년에 무려 101개의 치매 치료제 개발이 시도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일라이릴리가 무려 30여년 동안 3조원을 투자해 개발해 온 '솔라네주마브'도 임상 시험 단계에서 포기했다.

치매는 노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이다. 주위 사람까지 고통 받게 만들기 때문이다. 치매는 질병명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원인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혈관성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이다. 그래서 알츠하이머 치매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알츠하이머병은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치료도 근본 치료보다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로만 진행되고 있다.

여러 유발 가설 가운데 현재까지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서 뭉쳐지면서 뇌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거대 제약사가 치매 치료제 개발에 계속 실패하면서 학계에서는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베타아밀로이드 이외에 여러 가지 물질의 상호작용으로 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금까지는 두 가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계속되는 치매 치료제 실패로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일어나는 기전이 다른 어떤 질병보다 복잡하다는 사실이다.

치매 치료제 연구를 지속하려면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해야 할 때다. 치매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종합해서 분석하는 협력이 필요하다.

때마침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데이터에 기반을 둔 치매 연구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치매 연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치매 데이터 저장소를 마련하거나 치매 관련 고속 유전체 분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일이다. 치매 데이터 연관성 분석 시스템 개발도 진행한다.

국내에서도 치매 치료제 연구가 활발하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은 KISTI와 협력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조기에 발견, 선제 치료한다는 목적으로 치매 조기 진단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정호 KAIST 교수팀도 KISTI 치매 데이터 분석 환경을 이용한다. 암 연구에 주로 사용하는 유전자 체성 변이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서 찾는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다.

치매는 세계 각국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문제다. 특히 빠른 속도로 고령화에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해결책이 더욱 절실하다.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는 무서운 일이다. 수십년 동안 겪은 희로애락과 삶의 순간이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치매 연구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력하면 치매 극복 연구는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 KISTI의 치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치매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편안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는 시대를 앞당기는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민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생명의료HPC연구센터장 cokeman@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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