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을 인식해 그 사람에게만 권한을 부여하는 '보안'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소지한 물건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갈 때 열쇠를 활용하거나 지하철을 탈 때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것이 이 단계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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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생체 인식 기술 이미지 (제공=현대모비스)

두 번째는 나만 알고 있는 암호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스마트폰의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나만의 패턴을 그리거나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포털에 문자와 숫자의 조합으로 된 비밀번호를 적어넣는 것 등이 있다. 마지막은 고유한 신체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지문인식 기능이나 홍채인식 기능 등이 여기 속한다.

생체인식기술(Biometric) 활용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등 모든 스마트 모바일 기기에 생체인식 모듈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시장은 매년 90%씩 성장해 연 26조원 규모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한 전자기기로 변모하고 있는 자동차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지문인식을 통해 시동을 거는 기술은 이미 자동차에 적용된 바 있고 지문으로 차문을 개폐하는 기술도 적용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차량에 탑재된 컴퓨터에 지문을 인식시키면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실 생체인식기술이 최근에서야 주목을 받고 있지만 기술 자체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주민등록증에 입력한 지문을 데이터베이스(DB)화 하는 작업이나 공항 검색대에서 지문을 입력하고 사진을 찍는 행위 등도 생체인식의 범주에 속한다. 그럼에도 자동차에 관련 기술 적용이 늦어진 것은 지문인식센서 기술을 고도화해 얇게 구현하면서도 인식률을 제고해야하고 또 보안성을 극대화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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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헬스 케어 기술 이미지 (제공=현대모비스)

차량에 적용되는 지문인식 관련 기술은 우선 지문인식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해당 지문 정보는 암호화돼 생체정보처리 전자제어장치(ECU)로 보내진다. 이후 ECU는 지문에 따라 운전자를 식별하고 확인이 되면 연동 제어기로 정보를 보내 차문을 개폐하거나 시동을 걸게 된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1초 이내에 처리된다. 향후에는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들이 적용돼 최종적으로 운전자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는 헬스케어 자동차로 변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생체인식 방법은 업체별로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웨어러블 밴드를 활용하거나 차량 좌석 내에 레이더 센서를 내장해 심박수를 측정하는 방법부터 차량 내부에 카메라센서를 장착해 운전자의 안면을 인식하는 방법, 머리에 밴드를 둘러 뇌파를 측정하는 방법 등 무궁무진하다.

이런 생체인식기술을 통해 운전자의 기분이나 건강 상태, 스트레스 및 졸음 여부 등이 판단되면 상황에 따라 각 제어기로 신호를 보내 신나는 음악을 틀거나 근처 병원에 전화를 하는 등의 개인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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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가 2017 CES에서 선보인 지문인식 손잡이 (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도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에서 생체인식기술을 선보였다. 지문을 인식시키면 문이 열리며 자동으로 특정 개인에 최적화된 위치로 좌석 및 미러, 공조장치, 오디오 등이 조정된다. 또한 차량 내 카메라 센서는 운전자의 얼굴을 상시로 파악해 운전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리스트를 추천하는 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