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하만 인수효과 톡톡…수년간 공들인 LG와 경합

현대자동차 차세대 제네시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급을 두고 삼성전자(하만)와 LG전자가 막판 경합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하만이 참여했지만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함에 따라 삼성과 LG전자가 자동차 정보기술(IT) 시장을 놓고 대결을 벌이게 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차기작 제네시스 인포테인먼트 공급 예비 사업자로 하만과 LG전자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두 회사는 신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두고 주변 장치와 연동 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는 성능 검사와 가격 협상을 거쳐 이르면 상반기 공급 업체를 확정한다. 신차 양산까지 26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2019년 모델에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차 최고급 라인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차량 내부의 얼굴임과 동시에 운전자와의 인터페이스를 책임지는 장치다.

현대차는 납품 과정에서 기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보다 앞선 성능의 장치를 요구했다. IT에 강점이 있고 자동차 전장에 적극적인 삼성전자(하만)와 LG전자를 공급 업체로 우선 검토하는 것도 이 점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현대차 공급 사업자로 확정되면 다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로의 사업 확장에 유리하다.

하만은 EQ900과 G80 등 기존 제네시스 라인업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해 왔다. 현대차가 공을 들인 EQ900에 채택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자 향후 현대차 다양한 요구를 근접해 해결하는 데 유리해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글로벌 조직정비나 삼성전자와 협력 등은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았다.

LG전자는 빠른 대응 능력을 앞세운다. LG그룹 전체가 전폭적으로 전장 사업을 지원하고 있고, 공격적인 의사결정으로 빠르게 부상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EV(Bolt)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비롯한 11가지 시스템을 공급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아직까지 대형 사업 경험이 부족한 점은 극복할 부분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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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11일(현지시간 10일)미국을 비롯한 10개 반독점 심사 대상국의 승인 등 인수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치고 하만 인수를 완료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손영권 사장과 하만 디네쉬 팔리월 CEO가 지난 CES2017 하만 전시장에서 자율주행용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을 구현한 오아시스 컨셉차량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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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쉐보레 순수전기차 볼트EV(Bolt) 실내 인테리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비롯한 11개 부품과 시스템을 LG전자가 공급했다.

두 기업 중 어떤 기업이 앞서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국내 IT 대표 기업의 격전지가 자동차 전장이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업자 선정은 국내 대표 자동차와 IT기업 간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우리나라는 유력 자동차 제조사(현대·기아차)와 최고 IT기업(삼성·LG)를 보유한 만큼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하만 인수로 단숨에 전장 강자로 떠오른 삼성과 최근 수년간 전장에 공을 들인 LG의 경쟁이 뜨겁다”면서 “현대차의 차세대 경쟁력을 높이면서 국내 전장 기업의 성장도 이루는 시나리오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차세대 자동차 스펙이나 협력업체 선정 등의 내용은 미리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