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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직접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고 이를 지방자치단체 등에 배포하는 사례가 이어진다. 업계는 관련 시장을 죽인다며 반발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지방보조금 회계 관리시스템'을 개발한다. 지자체에서 각종 법인과 단체에 지원하는 보조금, 위탁금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행자부가 개발해 지자체에 개방한다. 시스템이 개발되면 지자체는 아이디와 패스워드 등을 부여받아 사이트에 접속해 지방보조금을 관리한다.

SW업계는 시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이미 200여개 지자체 가운데 제주도, 광주시, 경북도 등 규모 있는 지자체는 자체 보조금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중소 규모 지자체에서도 시스템 도입을 검토한다. 정부가 직접 시스템을 개발·배포하면 기존 시장은 타격을 받는다.

보조금 시스템 관련 업체 대표는 “이미 주요 고객사가 계약 연장을 미룬다”며 “행자부에서 시스템을 개발하면 잠재 고객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정부가 시스템 표준안을 마련해 배포할 것을 요구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표준안과 규칙을 마련하면 업계는 이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지자체에 제안한다”며 “업계 간 경쟁 과정에서 제품도 함께 발전한다”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지방보조금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요구 사항이 많았다”면서 “이달 말 시스템 개발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자세한 내용이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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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유시티(u-city) 통합 플랫폼을 놓고 SW업계와 갈등이다. 국토부는 2009∼2013년 100억원 예산을 투입해 유시티 통합 플랫폼을 개발했다. 국토부는 이 플랫폼을 광주, 수원, 시흥 등 6개 지자체에 시범 사업으로 보급한다.

SW업계는 민간 솔루션 사업자 시장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자금으로 개발한 특정 플랫폼을 강요해선 안 된다”면서 “중앙 부처는 통합 플랫폼 표준 기능과 인터페이스 표준을 정하고 공공기관별로 연동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범 단계로 우선 개발한 플랫폼을 적용하는 것”이라면서 “민간 SW 시장을 침해하거나 위축시킨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3단계 스쿨넷 서비스' 사업에서 개발한 메신저를 무료로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 유사 메신저를 판매 중인 지란지교컴즈는 시장을 침해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주도해 SW를 개발하는 이유는 '예산 절감' 효과 때문이다. 지자체가 별도로 개발하면 예산이 중복 투입된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정부 주도 SW 개발 사업으로 SW 시장이 침체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별로 특성이 다른 상황에서 일관된 시스템은 오히려 지자체 정보화 예산 증가 요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제품을 여러 지자체가 사용하면 단기적으로 예산 절감 효과를 누리지만 장기적으로 지역 IT 경기 악화와 SW 개발 의지를 꺾는다”면서 “공공SW사업에는 민간 시장 침해 여부를 사전에 검증하는 SW 영향평가를 거쳐 이 결과를 공공에서 시행하는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