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대학이 맞춤형으로 양성하면 기업은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우수 인력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대학의 신뢰가 쌓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해답을 찾아 볼 수 있는 모범 사례가 있다. 바로 SK하이닉스와 영진전문대학이 지난 10년 동안 진행해 온 'SK하이닉스협약반'이다.

영진전문대학 'SK하이닉스협약반'은 2004년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정 장비 유지 보수 전문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SK하이닉스와 영진전문대학이 주문식 교육 협약을 맺고 2005년부터 전자정보통신계열 신입생 가운데 40명을 선발해 개설했다.

SK하이닉스는 협약반 교육에 필요한 60억원 상당의 반도체 공정 장비를 기증하고, 영진전문대는 10억원을 투입해 반도체공정센터를 설립했다. 협약반 학생들이 현장감 넘치는 수업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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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전문대 SK하이닉스반에서 학생들이 반도체공정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과정은 철저히 회사에서 주문한 내용으로 구성했다. 커리큘럼도 플라즈마공학, 반도체공학, 반도체CAD, 마이크로프로세서, 기계공학, PLC장비제어 등 반도체와 장비제어 관련 기술로 채웠다.

또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동부하이텍 등 반도체분야 현장에서 10~20년 간 실무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을 교수진으로 영입했다. SK하이닉스 임직원은 수시로 대학을 찾아 특강을 실시하고 간담회를 열어 미래 직원을 맞을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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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전문대 SK하이닉스반에서 학생들이 반도체공정 교육을 받고 있다.

결과는 놀라웠다. SK하이닉스는 매년 30명 이상을 협약반에서 채용할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 400명 이상의 우수 인력이 이 과정을 거쳐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주문교육은 기업과 대학, 학생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상생협력 모델로 자리 잡았다.

장성석 영진전문대학 전자정보통신계열부장은 “협력반 학생들은 반도체 공정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교수들에게 SK하이닉스에서 사용하던 장비로 교육을 받는다”면서 “이 과정을 거친 졸업생은 SK하이닉스 현장에 곧바로 투입해도 손색이 없는 숙련된 현장인력이나 다름없다”고 자신했다. SK하이닉스도 협력반에서 뽑아 온 학생은 재교육이 필요 없는 인재로 여긴다.

이같은 SK하이닉스와 영진전문대학 간 산학협력 모델은 또 다른 결실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에 입사한 졸업생들이 후배를 위해 장학금을 쾌척하는 전통을 만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누적된 장학금은 1억원에 육박한다.


최재영 영진전문대학 총장은 “지난 10년간 SK하이닉스와 이어온 산학협력은 굳건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이같은 산학협력 사례가 다른 기업과 대학으로도 이어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학협력 문화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