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인한 경영공백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삼성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일부 외신에선 전체 시스템을 개선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전장기업 하만(Harman)은 17일(현지시간) 주주총회를 열고 삼성과의 합병안을 의결했다. 거래금은 총 80억달러(9조200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례로는 최대 금액이다.

미국 등 경쟁당국 승인만 받으면 하만은 삼성전자의 100% 자회사가 된다. 삼성전자는 정부기관의 승인을 거쳐 늦어도 3분기까지는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만 인수 일정이 순항하면서 총수 공백으로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는 한숨 돌리게 됐다.【사진1】

일부 주주가 공개적으로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하만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내는 등 주총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돼 주주 여론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합병결의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날 주총에는 보통주 약 6988만주 중 약 4946만주의 주주(70.78%)가 참여했다. 찬성 4700만주(67%), 반대 210만주, 기권 43만주로 무리 없이 통과됐다. 안건은 주주 50% 이상 동의를 얻으면 가결된다. 주주 과반 동의가 성립되면 현지법에 따라 반대한 주주도 해당 지분을 매도해야 한다.

남은 절차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한국의 반독점규제 당국 승인이다.

EU와 중국은 하만 제품이 주로 판매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반독점규제를 따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장 분야에서 `신생주자`라 하만과 결합 시 독점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만은 인수 후에도 삼성전자의 자회사로서 현 경영진에 의해 운영될 예정이다.

포브스는 17일(현지시간) 이 부회장의 구속에도 삼성은 괜찮을 것이라며 오히려 전체 시스템을 개선할 기회라고 보도했다.

리처드 윈저 에디슨리서치 선임 애널리스트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감방에 가서 다시 삼성전자 보스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그래서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부회장이 삼성이라는 기업제국에 전반적인 지배력을 발휘하려던 시기에 구속돼 삼성도 심각한 좌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전반적 사업 위축이나 의사결정 지연 가능성이 언급된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인 지배구조 개혁과 M&A 추진, 주주가치 환원 계획 등 전략적 의사결정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 핵심사업에 대해 3명의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내세워 관리하는 구조다. 일상적인 경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삼성은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의사결정 시스템이 중요해졌다. 큰 결정이나 투자 등에서 일정부분 혼선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신성장동력 투자나 채용, 큰 사업 판단 등에서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단기 과제로 떠올랐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