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탄소나노튜브(CNT) 상용화 제2막을 열었다. LG화학이 과감한 투자로 소재 양산성과 경제성을 확보했다. 중소·중견기업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CNT 응용품을 선보였다. 그동안 뛰어난 물성에도 상용화 문턱이 높았던 `꿈의 소재`가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Photo Image
2017 나노테크 LG화학 부스

LG화학은 15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막한 `2017 나노테크(Japan Nanotech)`에 참가해 `루칸(LUCAN)` 브랜드 CNT와 응용품을 선보였다. LG화학은 최근 전남 여수에 연산 400톤 규모 CNT 생산시설을 갖추고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대 나노융합 전시회인 나노테크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LG화학은 CNT 전량을 번들 타입으로 생산한다. 기존 인탱글 타입보다 뭉침이 적어 가공·분산이 쉽다. 파우더보다 취급이 쉬운 펠렛(Pellet) 형태로도 공급할 수 있다. 유동층반응법(FBR·fluidized bed reactor)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빠르고 효율적인 양산이 가능하다. 합성할 때마다 투입·적출을 반복할 필요 없이 연속 생산한다.

Photo Image
LG화학 `루칸(LuCAN)` CNT

LG화학의 CNT 대량 양산은 신소재 상용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연간 400톤 생산 역량은 세계 4위 규모다. 단일 라인으로는 세계 최대다. CNT 생산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진다. CNT 활용 문턱이 그만큼 낮아지는 셈이다. LG화학은 기존보다 20~25% 싼 가격에 CNT를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LG화학 사업과도 높은 시너지가 기대된다. 배터리 적용에 최적화된 생산 공정을 구현했다.

Photo Image
CNT를 전극도전재로 활용한 2차전지

LG화학 CNT는 이런 이점 때문에 배터리 분야 활용도가 높다. 실제 LG전자 G5 스마트폰, 신형 `그램` 노트북 PC에 LG화학 CNT가 사용됐다. CNT를 배터리 전극도전재로 활용하면 용량과 내구성이 향상된다. 이 때문에 유수 배터리 제조사가 기존 카본블랙 전극도전재를 CNT로 대체하는 추세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전극제에 CNT를 첨가하면 배터리 용량도 늘어나고 내구성도 높아진다”면서 “LG화학 CNT는 배터리 적용에 유리한 생산 공정을 갖춘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Photo Image
LG화학이 전시한 CNT 첨가 플라스틱 응용 제품

LG화학은 이번 전시회에서 배터리 외에도 다양한 CNT 응용 사례를 제시했다. CNT를 입힌 자동차 시트용 면상발열체를 선보였다. CNT 첨가 플라스틱은 차량 사각지대경보(BSD) 센서 커버, 키패드 접점, 정전도장 특화 차량 외장부품 등으로 만들어 전시했다. CNT를 활용해 플라스틱에 전도성과 전자파간섭(EMI) 차폐 특성을 부여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중소·중견기업도 CNT 상용화에 두각을 보였다. 제이오(대표 강득주)는 세계 유일 양산 역량을 갖춘 TW(Thin Wall) CNT를 출품했다. 벽 수가 3~6개, 튜브 직경은 4~8나노(㎚)로 6고가 단일벽(SW·Single Wall) CNT에 근접한 물성을 갖췄지만 다중벽(MW·Multi Wall) CNT 수준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활용이 기대된다.

브이에스아이(대표 김도윤)는 CNT 전계방출장치를 활용한 X선 전자총(광원)을 선보였다. 기존 필라멘트 방식 광원은 X레이 촬영을 위해 예열이 필요했다. CNT로 대체하면 예열이 필요 없어 피폭 시간을 줄이고 전력도 절감한다. CNT솔루션(대표 서정국)은 액상(페이스트) 타입 CNT 중간재와 빗, 반도체 트레이, 발열체 같은 생활·산업용품을 전시했다.

서정국 CNT솔루션 대표는 “CNT를 실제 제품 응용에 적합한 마스터배치 형태로 주문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면서 “CNT 상용화 수요가 그만큼 많아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도쿄(일본)=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