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D램 공장

SK하이닉스가 10나노대 D램 생산용 핵심 재료인 지르코늄(Zr)계 프리커서(Precursor) 공급사를 새로 선정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구매하는 Zr 프리커서는 연간 약 500억원 규모다. 10나노대 D램에 쓰일 새로운 재료 구성비를 확정한 SK하이닉스는 이번 기회를 통해 재료 공급 협력사 구도를 재편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2분기까지 신 재료 공급사 선정을 마치고 3분기부터 본격 1x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메카로, 솔브레인, SK트리켐, 한솔케미칼, 유피케미칼이 공급 경쟁에 참여한 상태다.

프리커서란 어떤 반응으로 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의 용매 형태 물질을 의미한다. 전구체(前驅體)라고도 불린다. 건물 외벽이나 옥상 바닥에 바르는 방수 페인트 정도로 비유할 수 있다.

Zr계 프리커서는 고유전율(하이-K) 특성을 갖는 재료다. D램에는 전하를 저장하는 커패시터에 원자층 단위로 얇게 증착돼 전류 누설을 막는 역할을 한다. 유전율이 높을수록 전류 누설 우려가 적다. 전기적 간섭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유전율이 높은 하이-K 재료는 기술 장벽이 높다. 공급사로 확정되면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로우-K 재료 등도 공급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이번 공급사 선정 경쟁은 매우 치열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기존 SK하이닉스의 주력 하이-K 프리커서 공급사는 유피케미칼, 솔브레인, 메카로였다. 공급량 기준 유피케미칼이 60% 이상을, 솔브레인과 메카로가 각각 25%, 15% 비중을 차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재료 공급 경쟁에는 세 업체 외에도 SK트리켐과 한솔케미칼도 뛰어들었다. SK하이닉스와 업계 관계자 의견을 종합하면 그간 주력 공급사 지위를 지켜왔던 유피케미칼은 이번 공급사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피케미칼은 상당히 오랜 기간 SK하이닉스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SK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제기된 품질 불안 우려 등으로 재료 공급량이 점진적으로 줄었다. 유피케미칼은 지난해 중국 자본에 매각됐다.

결국 4파전이다. 제1 공급사는 메카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메카로는 현재 테스트용 Zr계 신 프리커서를 SK하이닉스에 공급하고 있는 상태다. 솔브레인 역시 거래 관계가 있었으므로 SK하이닉스가 요구하는 물질 구조와 특성을 맞춘다면 공급사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로 보면 유피케미칼이 빠진 자리를 양사가 채울 가능성이 높다. SK머티리얼즈와 일본 트리케미컬의 합작사인 SK트리켐은 그룹 관계사의 합작 자회사이므로 개발만 성공한다면 공급사로 선정되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솔케미칼은 공급 경쟁에 뛰어들긴 했으나 유피케미칼과 마찬가지로 다소 부정적 전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SK하이닉스의 재료 공급 업체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오션브릿지는 로우-K 등 비교적 저가 프리커서를 주력으로 판매한다.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고부가 재료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적정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향후 SK하이닉스 재료 공급사 구도 재편의 열쇠를 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유지돼 온 SK하이닉스의 프리커서 공급 협력사 구도가 바뀌는 셈”이라면서 “지금 재료 협력사 변경은 포스트 Zr계 하이-K 재료 시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아데카로부터 하이-K Zr계 프리커서를 대부분 공급받고 있다. 아데카는 하이-K 재료 분야 글로벌 1위 업체다. 아울러 디앤에프로부터도 소량 공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