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대통령은 처음으로 정부 예산 400조원을 운영한다. 국가 전략 방향을 정하고, 그에 따라 예산을 배분해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융합과 혁신을 도모하고 산업과 경제성장률 제고, 중소기업·소상공인 진흥, 과학기술과 혁신, 고용 창출을 책임질 `혁신부총리` 신설은 그래서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4만달러 시대를 돌파할 혁신 정부 조직 개편을 요구한다.

전자신문이 마련한 `차기 정부 거버넌스 개편 방향 좌담회`에 나온 각계 전문가들은 경제·산업 등 실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부처를 총괄 지휘하는 혁신부총리 신설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산업 생산과 성장·수출·융합·혁신을 추진할 산업과 통상자원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주도 부처, 혁신과 융합 컨트롤 타워, 중기 및 소상공인 진흥과 육성, 과학기술과 미래 특허 등을 포함하는 실물 경제 컨트롤 타워로서의 `혁신부총리`다. 기획재정·교육을 담당하는 부총리제와는 다른 그림이다. 예산권 확보를 전제로 삼았다. 대기업에서 기능별로 사업 부문을 구분하고, 전권을 담당 부문 대표에게 주는 방식과 유사하다. 연구개발(M&A), 미래 전략 등은 서로 협력하는 체제다.

전문가들은 정부 조직 개편에 앞서 여야가 국가 비전과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기능으로 구분할 것을 요구했다. 국가 미래 비전을 그리고, 그에 따른 기능 중심으로 정부 조직을 나누고, 전문 공무원을 배치시켜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국가 장기 비전을 실현할 조직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으로 기능별 횡적으로 연결되는 매트릭스 조직으로 운영하되 혁신부총리가 총괄 관리하면 효율 높게 움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총리가 개별 부처를 지휘하게 됨으로써 부처 간 협업은 더욱 용이해질 것이고, 공직자 전문성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유관 부처 정책 기획과 예산 편성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전제로 삼았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산업)혁신부총리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예산 편성 권한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혁신 총괄·조정하는 기능은 경제부총리 또는 국무총리 몫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형의 부처 개편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업무 환경 근본 변화도 역설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외형상 조직 개편으론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중요 정책 과제 중심의 협업하는 형태로 일의 내용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차원에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 혁신부총리를 신설하더라도 일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새로운 국가 운영 방안으로는 `시스템 경영`을 제시했다. 정부 내에서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기업은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지속하고 있고, 기업 규모에 맞춰 생존 전략을 달리 하고 있다”면서 “국가도 미래 성장을 고민하는 부문과 단순 집행부 역할을 구분지어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잦은 정부 조직 개편으로 인한 공직자 전문성 약화에 대해선 크게 우려했다. 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5년마다 반복되는 조직 개편으로 전문성 기반의 업무 수행 역량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라면서 “직위 분류제, 의사결정 전문가 집단 참여,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정부기관 전환, 정부 기능의 지방 분권화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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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