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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있는 외과의사가 돼야 한다”고 공무원을 만날 때마다 말한다. 능숙한 외과의사는 허비가 없다. 환자 여기저기를 찌르지 않는다. 아픈 부분만 콕 찾아내 환부를 도려낸다. 규제를 다루는 공무원도 이래야 한다. 규제는 양날의 칼이다. 좋은 규제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지만 나쁜 규제는 산업을 위축시킨다. 어떤 규제를 만드느냐에 따라 경제가 부침을 겪는다. 필요한 부위만 도려내는 외과의사처럼 시장을 살리는 규제만 내놔야 한다.

민간 부문도 마찬가지다. 전문성을 갖춘 경영자는 자원 소비를 줄인다. 우물을 얻기 위해 직원에게 여기저기 파 보라고 하지 않는다. 우물이 나오는 지점을 정확히 알려 준다.

현장을 잘 아는 전문성은 디테일과 통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말이 있다. 작은 일이 큰 일을 망칠 수 있다는 말이다. 1%가 부족해서 아무것도 아닌 0이 된다. 수학으로는 불가능하지만 `100-1=0`이 되는 것이다. 제품에서 발견된 작은 결함 때문에 출시한 물건 전체를 리콜하고, 단단히 조이지 않은 나사못 하나 때문에 최고급 열차가 탈선한다. 모두 디테일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작은 정성과 전문성은 두 배의 성공으로 돌아온다. 100+1=200이 된다. 약간의 맛 차이가 평범한 식당을 줄 서는 식당으로 만든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리츠칼튼호텔, 노드스트롬백화점이 세계 최고 기업이 될 수 있게 된 것도 경쟁업체 서비스에 1%를 더한 결과다.

모 대통령 예비후보가 제시한 `공공 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 논란도 디테일 부족에 따른 것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정부 돈을 사용해 만든 일자리는 한계가 있다. 국가 경제에도 부담이다. 디테일하지 못한 정책과 행정은 `탁상`으로 끝난다. 사회 경쟁력까지 갉아 먹는다.

관심이 큰 자동화와 일자리 해법도 디테일에 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거 앗아 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공지능(AI)이 오히려 전체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고 낙관한다. 일반인은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린다. 디테일이 부족한 우리 사회는 어느 쪽이 맞는지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

자동화와 일자리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가 경험했다. 은행권 모바일화와 톨게이트 전산화가 그렇다. 두 분야 모두 신기술 도입에 따른 일자리 변화가 일어났다. 자동화와 일자리 간 상관관계를 알 수 있는 단초다. 정부가 2년 전부터 보급하고 있는 스마트공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3000개 가까운 제조시설이 스마트공장으로 바뀌었다. 이들 공장을 조사하면 자동화로 일자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실증 사례가 있지만 정부는 아직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官)이 디테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증유의 4차 산업혁명 물결을 넘고 있다. 혹자는 4차 산업혁명이 이전 1~3차 산업혁명과 비교해 동력이 떨어진다며 “4차가 아닌 3.5차 산업”이라고 말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알파고와 자율주행자동차 등 이전과 전혀 다른 세상이 오고 있다. 우리는 서구보다 산업화가 약 200년 늦었다. 1인당 국민소득도 10년이나 2만달러 덫에 갇혀 있다. 새로운 산업혁명에 잘 대응해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디테일로 무장하면 4차 산업혁명은 분명히 우리에게 기회다.


방은주 국제부데스크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