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제조업 부문의 무역수지 적자는 전체보다 훨씬 많은 7500억달러에 이르렀다. 미국이 관광, 금융, 지식재산권 등 서비스 부문에서 2478억달러 흑자를 보면서 그나마 적자 규모가 줄었다. 제조업 무역수지 적자를 부문별로 보면 자동차가 1920억달러로 가장 컸다. 그 뒤를 의류(940억달러), 원유 및 연료유(800억달러), 스마트폰 등 가전(730억달러)이 이었다.

미국이 이처럼 무역수지 적자폭이 큰 이유는 내수 위주 경제이기 때문이다. 전체 경제 규모(2016년 기준 GDP 18억5619억달러)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미국은 엄청난 세계 상품을 수입한다. 2015년 기준 미국이 수입한 금액은 2조2416억달러다.

미국은 수입액 가운데 21.5%(4818억달러)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인 캐나다(13.2%)와 멕시코(13.1%)까지 합하면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서만 전체의 절반(47.8%)을 수입하고 있다. 수입 4위국은 일본(5.8%), 5위는 독일(5.5%), 6위는 한국(3.2%)이다. 2015년 미국은 중국에서 3656억달러, 독일(741억달러)과 일본(686억달러), 멕시코(483억달러), 한국(283억달러)에서도 큰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내수 위주 경제가 미국인들의 일자리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점이다. 미국 빈곤층 인구는 전체(약 3억2400만명)의 13.5%에 이르는 4300만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어린이 빈곤층만 1400만명에 달한다

세계은행(IBRD)에 따르면 미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3년 17.2%에서 2014년 17.5%로 더 악화됐다. 상대적 빈곤율이 17.5%라는 말은 중위층 소득이 2만달러일 때 소득이 1만달러 미만인 사람 비율이 17.5%라는 얘기다.

소득 양극화도 고착됐다. 미국 전체 소득에서 저소득층인 하위 20%가 가져간 비율은 2004년(5.15%), 2013년(5.1%)이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상대적 고소득층인 상위 20%의 소득점유율도 2004년(46.01%)과 2013년(46.44%)이 거의 동일하다.

결국 미국의 화살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의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2001~2015년 중국과의 교역에서 엄청난 무역 적자를 기록하며 340만개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이 기간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는 4832억달러로 4배 이상 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자리 상실분의 약 4분의 3인 260만개는 제조업 분야에서 나왔다. 그 가운데에서도 일자리 상실이 가장 많은 제조업 분야는 컴퓨터 전자부품 산업으로, 이 분야에서만 120만개 일자리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스콧 EPI 소장은 “엄청난 규모의 제조업 일자리 상실은 이른바 내구재 산업, 하이테크 산업, 자본집약형 산업에서 주로 일어났다”면서 “이들 산업은 철강, 기계, 전자부품 산업에도 선순환 혜택을 주며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분야”라고 주장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