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정보화 유지보수사업 한 건 계약에 필요한 서류가 5000장이 넘는다고 한다.

소프트웨어(SW) 사업 하도급 사전 승인을 단순 물품 유지보수까지 확대·적용하면서 벌어지는 업계의 일상이다. 통상 20억원 이상 유지보수 사업은 원도급자 1개 기업과 최대 100개 하도급자로 구성된다. 하도급자마다 관련 문건이 8개나 되고, 필요 서류를 다 채우면 50장이 훌쩍 넘는다.

하도급 사전승인제는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인건비 등 사업 대가를 적정하게 지급하는지 사전에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단순 물품 유지보수 하도급은 정해진 요율로 대가를 지급하면 된다. 제도 확대 적용 자체가 사전승인제 취지에 맞지 않다. 하도급 업체 가운데 단순 물품 유지보수가 98%에 이른다고 보면 5000장 가운데 4900장은 필요 없거나 줄일 수 있는 서류다.

서류 제출 기간도 현실성이 없다. 100여개 하도급자로부터 서류를 받고 확인하는 데에만 열흘 이상 소요된다. 발주자와 원도급자 계약은 사업 착수 1~3일 전에 이뤄지기도 한다. 계약 기간에 서류조차 모아서 내기가 버겁다. 한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의 연간 계약 사례를 분석한 결과 총 13건 가운데 11건이 착수 5일 이내에 계약을 체결했다. 심지어 착수 하루 전날 계약도 6건에 달했다.

발주 기관 상당수가 전자문서를 받지 않는 것도 문제다. 관련법에도 전자문서로 제출할 수 있도록 명시했지만 발주 기관 상당수가 아직도 종이서류 제출을 요구한다.

IT업계는 SW산업진흥법 제20조 3항 하도급 사전 승인 신청 대상에 `단순 물품 구매·설치·유지보수는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계약 체결을 반드시 사업 착수 15일 전에 하거나 부득이하게 계약이 미뤄지면 사후 승인 허용도 필요하다. 다른 것도 아닌 공공 정보화 사업이다. `공공`과 `정보화`가 무색하다.

어떤 제도든 반드시 그 취지가 있다. 현재 벌어지는 상황이 하도급 사전승인제 확대·적용 취지에 맞는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취지에 맞게 고치면 된다. 혹시라도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고장 난 컴퓨터처럼 `복원 시점`으로 되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