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연구소를 설립한다. 중국 정부가 직접 OLED 연구소까지 설립하는 것은 상식과 많이 다르다. 산업 기술은 민간 기업이 주로 개발한다. 정부는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한다.

중국 정부가 직접 기술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그만큼 OLED 산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OLED까지 최강국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우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정부가 직접 선수로 참가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성장 동력 확보가 발등의 불인 우리 정부도 배워야 할 점이다.

한국이 OLED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된 것도 직시해야 한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그동안 LCD에서 추격을 허용했지만 OLED는 높은 기술 진입 장벽 때문에 중국을 얕잡아 본 게 사실이다. 중국 정부가 설립하는 OLED 연구소에는 TCL을 비롯해 중국 소재·부품업체가 다수 참여할 계획이다. 오픈 플랫폼을 기반으로 협력하면 기술 진보는 빨라질 것이다. 한때 LCD에서 한국이 여유를 부리다가 중국에 추격을 허용한 실책을 다시 범할 수 있다.

중국 OLED 연구소는 `RGB 잉크젯 프린팅`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이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기술로 바로 가겠다는 포석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그동안 투자할 만큼 투자했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 틈을 노리고 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디스플레이 산업이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도록 `OLED 굴기`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