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정보기술(IT) 유지관리 사업이 잇달아 유찰됐다. 올해 들어 발주된 300여개 공공기관 유지관리·보수 사업 가운데 60%가 유찰됐다. 서울시 건설정보관리시스템 유지관리, 부산대 정보시스템 통합유지관리 등 180개에 이른다.

유찰 이유는 대부분 단독 응찰 때문이다. 상당수는 재입찰에서도 단독 응찰이 이뤄졌다. 재입찰에서도 단독으로 응찰하면 수의계약을 체결한다. 1000억원대에 이르는 공공기관의 IT 유지보수 사업이 무더기로 유찰되는 게 이상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과 IT업계에서는 연례행사처럼 벌어진다. 매년 초 발주와 재발주, 수익계약으로 이뤄지는 과정을 관성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원인은 계약이 단년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IT시스템 유지보수는 대개 구축 기업이 맡을 수밖에 없다. 시스템 구조를 잘 아는 기업이 유지보수를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매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다 보니 기존 사업자의 단독 입찰 관행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사업자도 1년 계약을 위해 준비 비용을 감수하는 모험을 감행하지 않는다.

결국 공공기관은 매년 발주와 재발주에 행정력을 낭비하는 행태가 벌어진다. 기존의 IT 사업자도 매년 사업 연장을 위한 제안비용을 투입한다. 매년 사업자 재선정으로 인력의 장기 운영도 불가능하다.

공공기관도 기업도 모두 불합리한 제도를 알고도 고치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직무 유기다. 공공기관이 다년제 계약으로 전환하는데 걸림돌이 있다면 범정부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걸림돌로 지적하는 연간 단위 예산편성지침도 손을 봐야 한다. 일부 부처의 행정 편의주의 때문에 기관도 기업도 불이익을 감수하는 일이 더 이상 방치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