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00조원에 달하는 주파수 경매시장이 열린다. 역대 최대 금액 주파수 경매다.

29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방송국에서 회수한 126㎒ 주파수를 864억달러(100조512억원)에 경매를 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Photo Image

FCC는 역경매 방식으로 방송국에서 주파수를 구매했으며 곧 통신사와 케이블 업체를 대상으로 주파수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경매에는 AT&T, 버라이즌, T모바일 등 통신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컴캐스트와 디시네트웍스 등 유료방송사도 참여의사를 밝혔다.

경매가는 지난해 실시된 주파수 경매액의 두 배에 달한다. 지난해 주파수 경매에서 AT&T는 182억달러, 버라이즌은 104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경매 시작가가 지나치게 높아 경매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경매가는 미 통신사 T모바일과 스프린트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따라서 1차 경매에서 유찰 가능성이 높다.

로저 엔트너 리콘어낼리틱스(Recon Analytics) 애널리스트는 “유찰된다면 FCC가 너무 비싼 가격에 방송사 주파수를 사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미 대선 시즌인데다 영국 EU탈퇴 등 불확실성이 높아 통신사가 경매자금을 투입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유찰이 거듭돼 내년 초에야 최종 낙찰자가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주파수 경매로 천문학적 세수를 확보했다. 미국은 1994년 개인휴대통신(PCS) 사업 허가를 위해 처음으로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했다. 이 해 12월 2㎓ PCS 통신 서비스를 경매에 내놨고 이듬해 5월까지 계속된 경매에서 100억달러에 달하는 거금을 받고 주파수를 99개 사업자에 넘겼다.

이후로도 미국은 수 십여 차례에 걸친 크고 작은 주파수 경매로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했다. 2008년에는 700㎒ 주파수 대역경매로 191억달러를 벌여들였다. 2014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실시한 1.7㎓와 2.1㎓ 대역 경매 낙찰가는 449억달러에 달했다.


업계는 사물인터넷(IoT)과 가상현실(VR), 클라우드서비스 등 신성장동력 산업 확대로 데이터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주파수 확보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했다. 높은 경매가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주파수 경매가를 과도하게 높이면 산업경쟁력이 위축, 소비자 효용을 직간접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