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가스요금 인하가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제유가 하락과 가스도입비 변화에 따른 도시가스요금 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가스요금 조정은 지난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국제유가 하락을 공공요금에 반영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일반적으로 가스요금은 홀수 달에 조정한다. 연료비연동제 적용으로 유가와 환율이 달라지면 이를 요금에 반영한다. 산업부는 이달 말 정도에 인하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다음 달 가스요금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반면에 공공요금 인하에 함께 언급된 전기요금은 인하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 가스는 장기 도입물량이라 하더라도 국제유가 변동지수에 영향을 받아 도입가격이 달라질 수 있지만 전기요금의 원가인 발전비용은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출권거래제, 송변전 주변지역 지원 등 추가 비용 부담이 많아 쉽사리 인하를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과 달리 가스요금은 국제유가 변화에 도입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인하 요인이 있다면 국제유가 하락폭 수준은 아니지만 소폭 요금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가스가격은 국제 유가와 연동돼 있어 최근 상황을 반영하면 인하 요인이 충분하다. 하지만 소비자 가격에 사실상 변동이 없다. 경직된 우리나라 가스 도입 구조가 그 원인이다.

업계는 이로 인해 6000억원에 가까운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기준 도시가스 소비자 요금(주택·난방용)은 메가줄(MJ)당 22.2053원이다. 연초 22.3556원/MJ에서 지난 10월 소폭 내려간 뒤 아직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다.

국제 유가 추이를 보면 국내 가스가격 인하폭은 납득하기 어렵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현물 가격은 지난 6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지만 현재 반토막났다. 이에 따라 가스 스폿 거래가격도 40% 이상 하락했다. 유화제품 정보제공업체 플래츠에 따르면 JKM(한국, 일본 LNG 인도분 현물가격)은 연초 MMBtu당 18~19달러에서 내년 1월 도착하는 가격은 11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국내 도시가스 가격 인하 요인은 20% 수준으로 추정된다.

가스공사의 장기공급 계약 가격은 MMBtu당 15달러 내외로 알려져 있다. 수송비를 제외하면 국내 도시가스, 발전용 LNG가격 인하 요인은 최소 20% 이상이다. 한겨울 월 20만원의 도시가스요금을 내는 가정은 16만원만 내면 되는 셈이다. 2012년과 2013년 12월 국내 LNG 소비량의 평균치인 1억4000만MJ에 대입하면 무려 6000억원의 인하효과가 발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비자 요금에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는 것은 가스공사가 LNG 구매를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해외에서 LNG를 구매할 때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다. 보통 20년간 해외 가스전과 계약을 체결하고 인도한 LNG는 유가와 연동해 정산한다. 올해 초부터는 가장 많은 물량을 수입하는 예멘LNG와의 가격정산을 일본 수입원유가격(JCC) 연동방식으로 전환했다. JCC 기준 유가는 지난 6월 배럴당 110달러에서 9월 106.22달러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쳐 국내 가스가격도 낮아지지 않은 상태다.


가스공사는 국제유가가 국내 LNG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데 3개월의 시차가 있어 내년 1월 인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인하율은 3~4% 내외로 알려졌다. 국제유가가 지난 6월 본격 하락하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요금 인하폭이 적고 시기도 늦다는 평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