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제조사와 시장조사업체가 일제히 내년도 D램과 낸드플래시의 안정적인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반도체 생산 증가율·bit Gross) 상승을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산업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치킨게임’없이 안정적 수요와 공급이 이뤄지는 가운데 호황을 지속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30일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기업설명회(IR)에서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메모리반도체의 공급과잉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명진 전무는 “내년도 메모리반도체 공급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며 연간기준 안정적인 수급상황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내년 비트그로스 전망치를 별도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안정적 수급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업체간 가격경쟁을 주도하는 ‘치킨게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는 17라인 투자는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자연스런 생산규모 감소 대응이 주 목적이며 평택 신규라인 역시 2016년 이후에 생산량과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3일 설명회에서 내년 D램 업계의 비트그로스를 20%대 중반, 낸드플래시 시장 비트그로스는 40% 내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주요 D램 업체가 당분간 신규 증설보다는 제품 포트폴리오 믹스 등으로 수익성을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회사의 M14 준공 역시 기존 M10 라인을 이전하는 것으로 생산량 증가와는 큰 연관이 없다”밝혔다.

미국 마이크론과 디램익스체인지도 유사한 내년 비트그로스 전망을 내놨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내년 업계의 D램 비트그로스를 20%대 초중반, 낸드플래시는 30%후반에서 40%대 중반으로 추정했다. 디램익스체인지 역시 내년 D램시장과 낸드플래시의 비트그로스를 각각 25%, 43.5%로 예상했다. 다만 마이크론은 회사 자체 비트그로스는 업계 평균과 유사하거나 이를 밑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상대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 우위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비트그로스는 비트 단위로 환산한 반도체 생산량 증가율을 말한다. 메모리는 칩당 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 성장률을 추산할 때 이같은 환산 단위를 사용한다. 매년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비트그로스도 계속 높아지는 구조다. 하지만 이 수치가 이상 급등할 경우에는 반도체 의 공급과잉이 나타나면서 어김없이 적자 기업이 발생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주요 업체 예상대로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가 각각 20%대, 40% 수준의 비트그로스 상승을 나타낸다면 메모리 반도체 수급 상황은 매우 안정적이라는 것”이라며 “메모리반도체 제조사가 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업체로 압축되면서 시장의 변동성은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D램, 낸드플래시 비트그로스 추이(단위:%) *자료: 디램익스체인지>

D램, 낸드플래시 비트그로스 추이(단위:%) *자료: 디램익스체인지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