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소재·장비업체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기 위해 ‘패턴 웨이퍼’를 오픈해 주기로 했다. 주요 협력사 경쟁력을 높이면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프로그램이 가동된다는 의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제7회 반도체의 날’ 기념행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패턴 웨이퍼는 증착과 일부 노광 공정까지 거친 반도체 웨이퍼를 말한다. 이를 다시 식각, 연마 등의 공정을 반복해 원하는 기능을 갖춘 완성품 반도체를 만든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 보호 차원에서 이를 협력업체인 소재·장비 업체에 공개하지 않았다.

패턴 웨이퍼와 관련 정보가 협력업체에 제공되면 소재·장비 업체는 기술의 사전 예측성이 높아진다. 향후 공정에서 웨이퍼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 수 있고 기술 고도화도 가능하다. 제조사가 요구하는 장비와 기술에의 대응 속도도 월등히 빨라질 수 있다.

시스템 업체가 사전에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에 소스나 개발 툴을 사전 제공하면서 전반적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패턴 웨이퍼가 사전 제공되면 국내 소재·장비 업체의 전반적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협력사의 빠른 대응을 기반으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윈윈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서는 세계 최고 제조사가 있으면서도 중소 장비·소재의 국산화율이 낮고 기술 수준도 제조사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협력사들은 △대기업 제조사와의 공동 R&D 확대 △투자계획·기술로드맵 등 정보제공 △제조현장 기술 및 생산성 혁신 지원 등을 요구해 왔다.


이번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패턴 웨이퍼 공개는 이런 협력사 요구를 수용하고,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고도화를 목적으로 추진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산업협회가 동반성장 차원에서 삼성과 하이닉스의 통 큰 결정을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