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리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 행장의 징계 수위가 최종 결론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미 다섯 차례나 심의를 진행했지만 제재가 결정되지 못하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 징계대상 KB는 물론이고 제재 심의를 대기 중인 다른 금융사도 피로가 쌓이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 이제는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원회도 금감원에 KB에 대한 제재를 종결해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금감원 관계자는 “당사자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고 심의위원 간 의견을 조율하면서 제재가 늦어진 면이 있다”며 “21일에는 결론을 낼 방침이지만 이날 제재가 최종 종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애초 징계내용을 사전 통보하고 6월 말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제재를 마무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소명 요청과 감사원의 감사 등으로 두 달가량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무능 감사’ ‘엄포 감사’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절차가 지연되는 가운데 징계 대상자들이 여러 창구를 이용해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제재가 늦어지면서 업무 차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회장과 행장의 향후 거취가 불확실한 KB는 인사가 지연되고 하반기 경영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제재가 예고됐지만 KB건에 밀려 심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씨티은행·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다른 금융사도 유사한 문제에 봉착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제재 수위를 사전 통보한 후 다섯 차례 심의를 하고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면 초기 감사가 부실했거나 징계를 확정할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신뢰 회복과 금융회사의 업무 혼선을 막으려면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대 관심은 역시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징계 수위다. 금감원은 당초 통보대로 중징계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임 회장 중징계 통보의 근거 중 하나였던 고객정보 유출 관리책임은 감사원이 제재 근거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감사원은 지난달 ‘2011년 국민은행에서 카드가 분사하면서 KB가 신용정보법상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은 금융지주회사법상 특례조항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내부 직원이 국민주택채권 위조에 직접 가담한 사건의 지휘책임을 물어 중징계 대상에 올랐지만 너무 포괄적 징계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임 회장은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홍사태, 이 행장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실대출의 지휘책임 문제가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데 핵심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