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 처분 방식과 관련해 일반인과 전문가 시각이 극명하게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인은 핵연료 처분에 따른 방사능 누출 사고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사실상 확신하는 반면에 원자력 전문가는 위험성이 전혀 없다는 판이한 인식 결과가 나왔다.

전자신문이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와 함께 실시한 ‘사용후 핵연료 관련 인식 조사’에서 일반인의 76%는 20년 내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답한 반면에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고 위험 정도를 묻는 질문에도 일반인은 10점 만점에 평균 7.25점으로 위험한 쪽에 무게를 실었다. 전문가는 평균 1.07점으로 위험 가능성도 배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조사는 대국민 설문은 전국 만 19세 성인 남녀 252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형태로 진행했다. 성·연령·지역 등 인구비에 따른 표본 배분 후 무작위 추출했다. 응답률은 53%로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1.95%다. 전문가 그룹 설문은 정부 부처와 공론화위원회를 제외한 연구소와 대학 중심으로 민관 전문가 30인을 선정해 개별 설문방식으로 이뤄졌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핵연료 관리 방법에는 절반에 가까운 44.1%의 일반인이 영구처분 형태인 ‘특정 지역으로 운송해 지하 깊은 곳 시설에 보관한다’고 알고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 안의 냉각 풀이나 특수 컨테이너에 보관’하는 것으로 정확히 알고 있는 응답자는 27.2%로 불과했다.

전문가는 한 명만 영구처분 형태로 저장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핵연료 보관 현황과 선호하는 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일반인이 오히려 현행 임시 저장 방식보다 영구처분 방식을 선호했다. 반면에 전문가는 3분의 2 이상이 임시 저장 방식을 유지하거나 중간 저장 형태를 더 지지했다.

재처리 입장에서는 일반이나 전문가 견해가 같았다. 일반인 73.5%와 전문가 56.7%가 한미 원자력 협정에도 불구하고 재처리를 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보관 방식에도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재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영구 차단보다는 감시와 회수가 가능한 방식으로 저장소를 건설해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응답이 일반인 55.4%, 전문가 76.7%로 더 높았다.

일반인만을 대상으로 전문기관이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원자력 관련 국제기구가 71.0%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환경단체(60.9%)와 원자력 관력 학회(57.2%) 순이었다. 반면에 원자력 산업을 주관하는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는 낮았다. 정부부처가 33.3%로 신뢰도가 가장 떨어졌고 원전 공기업과 환경부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관련 정보를 숨기려 하고 환경단체는 밝히려 한다는 점에서 신뢰성 차이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한 공론화 진행 여부를 아는 응답자는 37.0%로 낮았다. 공론화를 주관하는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인지도도 26.8%에 머물렀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