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국내총생산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예상

노키아의 몰락 이후 핀란드 국가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11일 비즈니스위크지가 헬싱키발 현지 르포기사로 전했다. 노키아와 방계 업체에서 대량 실업사태가 촉발되면서 전체 경제에 부담을 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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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 린드맨씨가 지난 1998년 노키아에 입사할 때만 해도 이 회사는 핀란드는 물론, 유럽 내 최고의 직장였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들고 나오기 전까진 그랬다.

하지만 이후 급격히 쇠락, 한때는 100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호령했던 린드맨씨도 결국 지난해 6월 해고됐다.

린드맨씨는 “노키아의 몰락에도 핀란드 경제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해고 노동자 수 등 민감한 정보가 감춰진 상태”라고 말했다.

린드맨씨는 처음엔 노키아 때 받던 수준의 급여를 줄만한 곳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그런 곳은 없었다. 결국 중장비 운전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지난 5월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160㎞ 떨어진 탐페레시에서 버스기사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린드맨씨는 “20년 내 SW 경력은 무용지물이었다”며 “이제는 아내의 수입을 합쳐야 노키아 때 내 월급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위크는 린드맨씨뿐만이 아니라 핀란드 내 많은 숙련된 기술자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나라의 양대 산업인 IT와 제지산업을 받쳐왔던 노키아와 스토라 엔소, UPM 등이 모두 사양길을 걷고 있어서다.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2009년 8.3% 급락한 2690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역시 경기가 좋아질 기미 안보여,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연초 7.8%였던 실업률은 지난 6월에는 9.2%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국고에도 큰 부담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된 실업급여는 17.5% 오른 총 41억5000만유로로 1990년대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핀란드의 1인당 평균 실업수당은 지난 2008년 하루 55유로에서 지난해에는 67유로로 크게 올랐다. 그만큼 실업 직전 높은 급여를 받던 많은 고급인력들이 무직 상태에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08년 직원수가 12만5000명에 달했던 노키아는 지난 6년간 총 7만6000명을 해고했다. 노키아는 지난 10년간 연구·개발(R&D)에 600억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히트작을 내놓진 못했다.

결국 지난해 9월, 노키아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72억달러를 받고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 현재는 네트워크 장비와 특허 라이선싱에만 전념하고 있다.

다행히 업종 전환은 성공적이란 평가지만 현재와 같은 사업규모로는 국가경제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창 때 노키아는 핀란드 GDP의 4%, 수출의 20%를 차지했었다.

지난달 MS는 핀란드 내 노키아 사업부 소속 1100명의 감원을 전격 발표했다. 이는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 직원의 20%에 해당한다.

핀란드는 지난 2월 EGAF(유럽세계화조정기금)로부터 긴급 원조자금을 받았다. 실직한 노키아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노키아도 퇴직 직원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앞날은 밝진 못하다. 인근 러시아의 경제 침체와 우크라이나의 국정 불안으로 핀란드 실업률은 좀처럼 떨어지질 않는다. 특히 말레이시아 항공기 피격 사건 이후 러시아에 대한 EU의 경제제제 조치 강화로 핀란드의 내우외환은 깊어만 가고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