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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너무 오래된 운명.

7

일제는 그의 변화무쌍한 초인의 능력을 인정받아 무제의 경호를 맡았다. 그의 신분은 점점 높아졌다. 그는 외롭고 커다란 산맥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무제가 출타할 때 늘 오른쪽에 배승했다. 어디든 함께 했다. 그가 오랑캐 흉노 출신임을 감안할 때 그의 신분 상승은 매우 가파르고 위험한 것이었다. 시기와 질투, 반란과 모반을 부르는 신임이었다.

“황제는 귀를 닫았다. 오랑캐놈이 화근이다.”

“황제는 생부(生簿)를 지니고 다닌다고 하네. 생부에 기록되어 있는 사람들만 권력의 자리에 오를 수 있지. 생부황제라, 허허.”

“그 생부를 오랑캐놈이 만든다고 하니. 쯧쯧. 대 중원의 제국은 반드시 흉노에게 멸망하리라.”

모두 일제를 극도로 혐오했고 일제를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있었다. 반란과 모반의 기운은 어쩌면 숙명적이었다. 일제는 무제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그는 한 시도 무제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척살의 목표는 일제가 아니었다. 권력에서 밀려난 승냥이들은 새로운 황제가 필요했다.

바로 그날밤, 일제는 위사실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시중 망하라는 자신의 권력을 앗아가버린 황제를 원망하여 죽이기로 결심하고 무제의 침소를 침입했다. 망하라는 오피움을 던져서 일제가 혼미하게 만들었다. 일제는 약에 취해 아무것도 모른 채 깜빡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평소에 품에 지니고 다니는 황금검이 먼저 도발적인 위험을 알아챘다. 황금검은 자꾸 일제의 몸을 아프게 눌렀다. 일제는 금방 깨어나지 못했다. 황금검은 점점 더 강하게 일제를 눌렀다. 뚝, 갈비뼈 하나가 부러졌다. 일제는 잠결에도 이상한 일이라 얼른 깨어났다. 가슴이 뻐근했다.

“앗!”

무제의 침소에 어른거리는 살인자의 조바심을 본 듯 햇다. 그가 후닥닥 뛰어들어가니 시중 망하라가 이미 단도를 빼어들고 잠자고 있는 무제에게 다가가 있었다.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일제는 쏜살같이 달려가 그에게 발을 걸어 넘어트리고 그의 단도를 빼앗아 그의 목을 땄다. 시중 망하라의 원한의 피가 솟구쳤다.

“망하라의 반란입니다.”

일제는 크게 소리쳤고 순간 무제의 호위병들이 오히려 겁에 질려 들이닥쳤다. 망하라는 그 자리에서 또 한 번 주살되었다.

“내 너의 불량한 음성을 기억한다.”

무제는 이 일로 일제를 더욱 신임하게 되었고 그를 투후 지방의 제후로 임명했다. 무제는 일제에게 금인상(金人像)을 돌려주었다.

“이것은 곽거병이 너희 흉노에게서 빼앗은 국새(國璽)이다. 일전에 너에게 준 황금검도 너희 흉노에게서 빼앗은 것이었다. 네가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니 내가 너에게 돌려주노라.”

일제는 한나라에 노예로 잡혀 온 이후, 처음으로 눈물을 펑펑 쏟았다.

“너희는 제천금인을 숭상하는 족속이니. 내가 너에게 김씨 성을 하사하노라. 이제 오늘 일제는 김일제이며, 너로부터 김씨가 시작된다. 이제 황궁을 떠나라.”

일제의 눈빛은 이제 왕의 눈빛이었다. 이제 위험한 족속의 말달리는 눈빛이었다.

“이제 나는 뜻한바 이루었다. 이제 느닷없는 자손의 위대한 시대를 열리라.”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