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에 의존했던 암 진단·치료용 방사선 동위원소를 국내에서 전량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17년 3월 완공예정인 신형 연구용 원자로(기장 연구로)가 가동되면 국내 수요 충족은 물론 수출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기장군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오는 28일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설립될 수출용신형연구로,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등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 산업단지’ 기공식을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그동안 암 진단에 쓰이는 방사선 동위원소 몰리브덴(Mo)-99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암 영상진단에 쓰이는 Mo-99를 생산하는 해외 원자로가 대부분 노후화 돼 잦은 고장으로 동위원소 확보가 쉽지 않았다. 과거 해외 원자로가 고장 나면 암환자들은 제때 암 진단을 받을 수 없었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Mo-99 시장의 약 70% 공급을 담당하는 캐나다 연구로 NRU는 2016년 이후 가동중단 예정이다. 네덜란드의 연구로 HFR은 올해 운영허가가 만료된다.

기장 연구로가 가동되면 국내 암환자들은 암 진단과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다. 전량 수입해왔던 Mo-99를 비롯해 갑상선 암 치료에 쓰이는 방사성옥소(I-131), 용접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할 때 필요한 이리듐(Ir-192)을 전량 자급할 수 있다. 현재 I-131은 60~70%, Ir-192는 90%가량을 하나로를 통해 자급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기장 연구로와 하나로의 방사선 동위원소 생산량이 세계 방사선 동위원소 시장의 15% 가량을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전력반도체 산업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장 연구로에서는 중성자 조사 서비스도 할 계획이다. 연구로에서 실리콘을 조사하면 불순물의 분포가 일정해져 우수한 품질의 전력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기장 연구로가 취약한 국내 전력반도체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력반도체는 전력 변환 또는 분배, 제어와 관련된 모든 응용 반도체 소자를 지칭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전력반도체 시장규모는 2016년 350억달러(약 36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시장은 TI, 인피니언, 페어차일드, 미쓰비시 등 글로벌 업체들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기장 연구로와 하나로 중성자 조사량을 합치면 전체 전력 반도체 시장 수요의 20%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인철 원자력연구원 하나로 이용연구본부장은 “가스를 이용해 반도체를 만드는 기존 방법보다 연구로에서 실리콘을 조사하면 불순물이 더 균일하게 분포해 우수한 고전력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며 “기장 연구로는 전력반도체 산업 활성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