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죽음은 우리에겐 기회입니다... 구글을 이용해 애플을 공격해야 합니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사망을 기회로 삼아야 하며, 구글을 통해 애플을 우회 공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삼성전자 임원진간 내부 메일이 공개됐다. 이번 애플·삼성간 특허소송 법정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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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변호인단이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법에 증거로 제출한 삼성전자의 내부 메일 전문. 메일에는 스티븐 잡스의 사망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구글을 이용해 애플을 공격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17일 뉴욕타임즈(NYT), 데일리메일, 시드니모닝헤럴드, 매셔블 등 주요 외신은 애플 변호인단이 삼성전자 임원진간에 오간 내부 메일 전문을 특허소송 재판부에 공식 증거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 인간의 죽음조차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태를 꼬집어, 배심원단의 감정선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이클 펜닝튼 삼성전자 북미통신법인(STA) 영업담당 부사장은 잡스 사망 이틀 뒤인 지난 2011년 10월 7일, 손대일 당시 STA 법인장과 토드 펜들턴 STA 최고마케팅책임자에게 메일 한 통을 보낸다.

잡스의 죽음이 여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우려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에겐 아이폰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this is our best opportunity to attack iPhone)”라고 펜닝튼은 명시했다.

앞서 10월 4일, ‘구글을 이용한 애플 공격?’(Use Google to attack Apple?)이라는 제목의 메일에서는 반도체 등 각종 부품의 최대 구매처 중 하나인 애플에 직접 맞서는 것에 대한 삼성의 초기 고민과 따라서 구글을 끌여들어 보이지 않게 애플을 공격(avoid attacking)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펜닝튼 부사장이 메일을 보낸 6분 뒤, 손 전 법인장은 답신을 통해 “이번 기회를 이용해야한다. 때가 왔다.(Time is coming now)”며 그의 제안에 동조 의사를 표했다.

특히 애플 변호인단은 메일 전문 증거 제출을 통해 이번 특허 소송건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구글’이 사실은 계획된 전략에 의해 의도적으로 개입됐음을 입증하려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참석한 삼성 임원진들은 반대 심문을 통해 “애플만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HTC나 블랙베리 등 당시 경쟁 관계에 있던 여러 업체를 상대로 한 일반적인 대처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